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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전에자자
도대체 영국을 왜 여행해야 하는거야? 본문
영국.
급하게 비행기 도착지를 런던으로 바꾸긴했지만 영국 여행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친구를 보고 얘기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열흘 정도의 기간동안 친구의 집에서 대부분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했다.
또, 여행에 있어서는 먹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음식을 찾아가서 먹어야할 이유는 없었다.
유명한 랜드마크들이야 그냥 한 번씩 지나가면서 보면 사진이랑 똑같네- 하면서 지나가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먹는 것이야, 한국에 지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나에게 있어 해외여행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다.
처음 런던이라는 도시를 떠올려 봤을 때 나는 그곳에서 해야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보기'였다.
중학생 때부터 이 뮤지컬의 넘버들을 즐겨듣고 피아노로 치기도 하고, 또 노래하기도 했다. 두꺼운 책도 사서 모두 보았다.
워낙 곡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꼭 직접 가서 들어보고 싶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는 뮤지컬을 매일하기에, 보려고 마음먹는다면 어떤 일정이든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은 미국의 브로드웨이에서는 예전에 비해 낮아진 인기로 인해 막을 내렸기 때문에, 사실 이번에 꼭 갔어야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보고나면 그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걸 감수하고 보더라도 뮤지컬이 생각한 것보다 좋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었다.
뮤지컬은 배우가 몹시 중요하기도하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인생작이 되기도하고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어 오히려 실망할까 두려웠다.
나에게 있어 버킷리스트는 무언가를 꼭 해야할 리스트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핑계였던 것 같다.
마치 이런 것이다. "저는 너무 사랑하는 것이 있어 아직은 안돼요."
그 다음에 생각난 영국에서 해야하는 일은,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게스켈의 남과북'이라는 영국 근대를 배경으로한 BBC 드라마가 있다.
남쪽 지방의 농촌의 마가렛이 산업화가 이루어진 북부의 밀튼으로 이사가면서 그 지역의 유지인 공장주 손튼을 만난다.
마가렛은 손튼을 노동자를 착취하는 부유한 자본가라고만 여기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문제와 시대적인 상황들을 다루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오해를 점점 풀게된다.
마지막에 남과 북으로 교차하는 기차가 있다.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는 손튼이,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에는 마가렛이 타고 있다.
마가렛은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타고 가던 기차에서 내려 손튼의 기차를 타며 드라마는 끝난다.
그런 일이 잘 없는데, 중간에 손튼이 마가렛을 영영 떠내보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돌아보았으면 좋겠다며 독백하는 장면은 정말 여러번 봤다.
왜 그렇게 절절하고 아름답고 또 목소리는 왜 그렇게 좋은지...
아무튼 그 작품에서 남과 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 사이를 이어주는 소재로의 기차가 좋았다.
셜록홈즈 시리즈라든가, 어떤 추리영화였든가, 전쟁 영화였든가, 해리포터였든가, 어디에서든 나는 그 기차를 보았을 테지만.
나는 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친구집으로 가고, 친구집에서 에든버러로 가기로 했다.
물론 드라마 속의 그 기차는 아니겠지만.
또, 나는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를 보고싶었다.
역사물에 판타지 로맨스를 더한, 아니 판타지 로맨스에 역사를 더한 아웃랜더를 보면 스코틀랜드를 많이 알 수 있다.
18세기에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전투들과,
남자가 치마를 왜 입어? 에서 정말 멋있는 옷이라는 것도,
스코틀랜드 지방이 여전히 독립을 원하고 가끔은 독립 투표를 하기도 한다는 것도,
야만-솔직히 영국 중세, 근대를 좋아하지만 정말 야만족이다. 툭하면 목, 손, 발목 다 자른다-의 역사 속에서 신의를 지키는 제임스 프레이저가 살아있을 것 같은 하이랜드의 풍경들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좀 야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야해야해? 싶기도 하고 또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나는 재밌게 보았다.
이후로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다룬 영화를 몇 개 더 보게 되기도 했다.
마침 다음 행선지인 리스본은 꽤나 노선이 많은 공항이라 스코틀랜드의 수도였던 에든버러 출발의 비행기를 예약하게 되었다.
하이랜드의 자연을 꼭 가보고싶어서 주변에 산행을 하는 투어를 신청해두었다.
(그런데 에든버러는 사실 좀 으스스해서 걱정된다)
영국에 간다면 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런던 여행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인 지금, 특히 런던은 나의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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