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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해외여행

런던에서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

조앙'ㅁ' 2025.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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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영국을 왜 여행해야 하는거야?

영국.급하게 비행기 도착지를 런던으로 바꾸긴했지만 영국 여행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친구를 보고 얘기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열흘 정도의 기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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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런던이 이렇게 마음에 들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런던을 좋아하기 위해 몇가지 생각해 둔 것들이 있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뮤지컬은 괜찮긴 했지만 졸면서 봤고, 기차는 잘못 탔다.
음식은 비싸고 그냥 그랬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다.

`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 `

런던에 지루해지면 인생에 지루해진거다라는 말인데
나는 이 말에 십분 공감한다.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나는 런던이 좋다.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 그냥 총체적으로 좋았다.

여행 후에 돌아와 사람들이 어디가 좋았냐 나에게 물으면 런던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내 여행 이후 런던 여행을 간 사람이 주변에 두 명 정도 더 있는데, 둘 다 런던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그런 곳이다.

 
좋았던 것은 나열하자면 너무도 많겠지만 딱 세가지만 꼽아보려고 한다.
나빴던 것은 두가지 정도 생각나고, 
소소한 여행 꿀팁도 적어보려고 한다.
 
 

좋았던 것


1. 빅벤

런던을 다니다보면 시계탑이 참 많이 보인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부분이 `세계 표준시는 우리의 유산(Legacy)이야`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태양시를 썼기 때문에 동네마다 시간이 다 달랐다고 한다. 그렇게 1분 1초까지 맞추며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영국에서 철도가 발명되면서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서 그리니치 표준시(GMT)로 통일하여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레이웨스턴 철도회사가 처음으로 GMT를 채택한게 1840년이고, 빅벤이 1843년 경에 지어지기 시작한걸 보면 시기가 대략 맞는다.

런던의 그 시계탑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게 빅벤이었고, 
나는 하루종일 빅벤이 보이는 방에서 시계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빅벤으로 제 1차 산업혁명과 철도와 세계 표준시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아하게 찬미하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보다 더 멋진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2. 아침 달리기

나는 여행 중에 달리기하는 걸 좋아한다. 걸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자전거는 너무 빠르고, 걷는 건 너무 느리다.
여행 중엔 보통 많이 먹으니까 죄책감을 덜기에도 좋고, 여행 중에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나는 킹스크로스역 근처에서 묵었는데, Regent's canal 이라는 천을 따라 Regent Park 로 뛰었다.
(달리기 코스 추천은 Strava 가 잘한다)

Regent's canal은 아름다웠다. 그러다 중간에 brick lane bagel 근처에서 길이 좀 애매해서 경찰관에게 길을 물었다.
그는 정말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었고 심지어 나와 동행하며 길을 안내해주었다.
이 동네는 밤에는 다니지 말라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문신하고 장발에 산발을 한 남자가 걸어다니는게 보였다. (눈도 풀린 것 같았다)
그곳도 관광지 중에 하나임을 알고 있었고,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은 동네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아무튼 그 경찰관 아저씨가 참 신사였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영국은 경찰을 포함한 관공서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흑인이었는데, 이들이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있기에 영국이 잘 유지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gent park 도 아름다웠고 공원에서 여유롭게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영국에서 만난 견공들은 정말 견'공'이었다. 웬만한 사람보다 매너가 더 좋았다.


3. 포트넘앤메이슨과 해롯 백화점

운이 좋았다. 그 날은 윔블던 결승전 날이었다.
난 윔블던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 테니스를 잠깐 배웠는데 그 이후에 윔블던 시즌 쯤엔 기말고사 기간이라 항상 재밌게 봤다.
윔블던 게임을 보며 strawberry and cream을 먹는다는 것도 안다.
윔블던 지역의 특산품이 딸기이고 그때가 딸기가 나오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구경이라도 가볼까-했지만 티켓값이 500만원이 넘는 걸 보고 그냥 펍에 잠깐 앉아서 구경하는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나는 포트넘앤메이슨에 갔고, 다과와 티로 가득한 1층과 티 도구들로 가득한 2층에서 없던 물욕도 샘솟는 중이었다.
3층인가에 이르르자 윔블던 결승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오픈키친이 보였다.
쉐프 한 명은 오픈 키친에서 핑거푸드를 계속 만들고 있었고, 직원들은 핑거푸드와 와인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앞에 초록색 신사 복장을 입은 아저씨 둘이 문을 지키고 서있었는데 나는 어떤 예약을 하고 들어가는 곳인가 하고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들어가서 맘껏 즐겨도 된다고 했다.
나는 포트넘앤메이슨에서 핑거푸드와 화이트 샴페인을 마시면서 윔블던 결승을 보았다.

꼭대기 층으로 가자 연미복을 입은 신사가 멋드러지게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애프터눈티를 즐기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아저씨와 나는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정말 놀랐다는 표정과 제스쳐를 취했고 아저씨는 그런 날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한참을 더 포트넘앤메이슨에서 가격을 보고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또 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결국 마음을 정하고 티 몇 개와 스콘, strawberry and cream을 샀다.
윔블던 기념이며 고대하던 해외 첫 딸기 시식을 위해서였다.
외국 딸기는 퍼석하고 건조하다고 그랬는데.. 한국 딸기랑 비슷했다. 맛있었다.

그러고나서 해럿 백화점으로 갔다.
미스터 셀프리지라는 영드가 있다. 스토리 자체는 약간 삼삼했던 드라마였지만 미스터 셀프리지가 백화점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역사적인 부분과 곁들여 표현해내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끝까지 다 보게 되었던 드라마다.
셀프리지 백화점을 갔어야 맞긴 하지만, 영국에 있는 백화점 아무데나 가자 싶어서 유명한 델 골랐다.
약간은 관광지와 떨어져 있어 관광을 잘 안가는 것도 같지만, 나는 이 백화점에 정말 많이 놀랐다.
나는 그렇게 큰 백화점이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해봤다.
이렇게 비싼 땅에 이렇게 유서깊은 고풍스러운 백화점이 이렇게나 크게.
세상이 놀이공원인데 놀이공원을 세상에 왜 가겠는가 싶었다.
지하에는 해롯 백화점 기념품 샵이 있는데, 파운드로 보니 싼 줄 알고 뭘 많이도 샀다.

이 날은 영국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 세트장인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룸메이트에게 꼭 가보라 일러주었는데 그녀는 다음 날 해럿백화점에서 테디베어를 사고 말았다.


나빴던 것

 

1. 물가

포트넘앤메이슨과 헤롯 백화점을 다녀온 이후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해둔 돈을 대부분 다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에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할인하는 샌드위치를 사먹고 다녔다.
샌드위치 메뉴는 꽤 인기 있는 편이라 한 두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먹어보고싶은 메뉴들이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영국 사람들은 평소에 샌드위치를 주로 먹기 때문에 현지 주민 체험을 한 것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겠다.
샌드위치는 할인해서 4.x파운드. 한화로는 8천원 선으로 할인한다고 해도 그렇게 싸지 않았으며 우유라도 함께 마시려고 하면 한국돈 만원이 훌쩍 넘었다.

2. 마리화나 냄새

숙소로 가는길에 아주 역한 냄새를 맡은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역한 냄새를 뭐라 도통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룸메이트는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썩은 나무냄새. 실제로 자연에서의 썩은 나무냄새는 어떤 면에서 향기로운 부분이 있는데 그 냄새는 도통 고약하기만 하다.
나는 그게 마리화나 냄새라는 걸 알게됐는데, 이런 냄새라면 다른 마약도 궁금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층간소음에 귀가 '트인다' 했던가, 나는 마리화나 냄새에 코가 트여서 한국에서도 가끔 그 냄새를 맡게 되었다.
여행 중 심심해서 말을 걸었던 폴란드인에게서도 미미하게 그 냄새가 나서 약간은 무서워하기도 했다.
 


여행 꿀팁


1. 과도 챙기기

과도를 들고 다녔는데 정말 유용했다.
과일이 꽤 싸서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아보카도 종류별로 먹었다. 다양하게 먹고 싶었기 때문에 룸메들에게 많이 나눠주기도 했다.
계란을 삶을 곳이 있으면 삶아서 냉장고에 두었고 간식으로 사과와 삶은 계란을 항상 들고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 때를 맞춰 먹지 못하는 일도 종종 생겼기 때문에 이 전략은 항상 유용했다.
사실 가위도 하나 들고 다녔는데, 그건 스페인 기차탈 때 수화물검사하면서 규정위반으로 버려졌다..
생각치 못한 곳에 복병이 있을 수 있으니 비행기 탑승 시 등 수화물 검사 포인트에서 잘 챙겨야한다.

2. 여행이 길어진다면 택배를 보내기

영국 택배가 꽤 비싸긴하지만 돈을 좀 들이더라도 짐을 중간에 보내 가볍게 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나는 가족들이 먹어볼만한 것들을 많이 보냈는데 거의 한달 후 집에 갔더니 택배 상자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가족들이 내가 오면 같이 하나씩 얘기들으며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