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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일기

일상에 압도당하지 않기

조앙'ㅁ' 2022. 10. 3. 20:03

2년 전 쯤, 지갑을 또 잃어버렸다. 지갑은 경찰서 탐방 끝에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지갑은 엄마가 절대 잃어버리지마라, 하시면서 노안이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벗어가며 한땀 한땀 수 놓아 만들어주신 지갑이라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삼성페이를 쓰면 다시는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홀린듯이 갤럭시 s20을 질러버렸다.

 

안드로이드로 넘어가기 전에 한가지 큰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TODO 관리를 애플 생태계에서만 쓸 수 있는 Things3라는 앱을 쓰고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보니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일정을 추가하긴 좀 어렵지만, 확인하고 체크할 수는 있는 정도의 앱이 있었다. 적당히 찾아보면 API로 수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이건 나의 귀차니즘을 얕잡아 본 부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가 풀려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 정신차리자하고 생각하고 내 폰을 들여다보니 너무도 정신이 없었다. TODO 리스트는 방치된지 오래되었고 메일함도 비워지지 않은 채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 돌아보니 내가 생활하던 나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의 TODO 앱이 그리웠다. 생각해보니 반드시 그 TODO 앱이어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업무 중에 애플 제품을 주로 쓰고 있고, 만족하고있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보니 애플 생태계에서 지낼 때의 제품간 사용의 연속성은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있고, 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9월에 아이폰 14가 나온다했지만 그걸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8월 말에 나는 바로 아이폰 13을 사고, 쓰던 앱을 옮기고, 정리를 시작했다. 9월은 내내 정리만 했던 것 같다. 중요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 긴급한 것, 긴급하지 않은 것을 나누고 웬만한 것들은 다 버려버렸다. 업무 외 시간에는 온통 정리하기만 했는데, 해도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휴가를 내고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 정리가 진짜 필요한 정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메일함을 모두 정리한 시점에서, 나머지 정리는 중요하지 않으니 좀 미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망인 채로 두면 그 자체로 압도당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를 마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를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정리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일주일동안 찍은 사진을 보고 필요한 것만 남긴다던지, 메일은 무조건 0으로 다 만든다던지, 한시간은 무조건 방 청소를 한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 과정 중에 코로나 중 나도 모르게 엉망이 된 것들을 인지하고 다시 돌려둬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코로나 탓을 하기 보다는, 그 과정 중에 원래의 습관처럼 하던 것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가지는 찾은 것 같다(!)

 

아무튼 꾸준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