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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10대 슈퍼푸드(1) - 달리기 본문

삶/달리기

달리기와 10대 슈퍼푸드(1) - 달리기

조앙'ㅁ' 2022. 2. 14. 01:01

  코로나 유행 후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게 되어 2년 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서 밥은 잘 챙겨먹지만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운동은 게을리 한 탓으로 꾸준히 살이 쪘다. 가끔 친구들과 오랜만에 카메라를 켜고 화상채팅을 하면 서로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다들 비슷한 처지에 서로 운동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던 것 같다. 종종 달리기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스스로 정해둔 몸무게 기준의 천장(58kg)에 닿기까지 대략 1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 봄 부터 건강과 다이어트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4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했으니 약 5개월 간이다. 일단 5km 달리기를 꾸준히 했고 10대 슈퍼푸드 중 몇 가지를 일부러 찾아 먹었다. 결과적으로는 58kg에서 49kg 로 약 9kg를 뺐다. 마지막은 사실 근육이 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20대 이후로는 한번도 가본 적 없던 몸무게를 본 셈이니 꽤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늦여름에 비도 많이 와서 달리기를 꾸준히 못하게 되기도 했고, 백신을 맞고 달리기 하던 습관이 거의 사라져서 지금은 그 중간 어딘가로 돌아왔다. 덕분에 저저번주에 다시 다이어트 결심을 했는데, 기왕 또 다시 시작한 김에 그 때의 성공적인 경험에 대한 복기 겸, 달리기와 10대 슈퍼푸드 먹기를 시도하면서 느낀 점들을 나누려고 한다.

 

 오늘은 먼저 그 중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왜 달리기 였을까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기간도 생기게 되었는데 기간이 길어질 수록 머리가 멍하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 크로스핏을 할때, 고강도 운동을 하고 나면 1시간 쯤 후에 혈액순환이 되고, 몸도 회복이 되면서 머릿 속이 청명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 때 뭔가를 읽으면 쏙쏙 잘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간이 소중하고 좋았는데 비슷한 경험을 유산소성 운동인 달리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얻었나? 하면 답은 '(비슷하게) 그렇다'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운동 1-2위 정도에 항상 위치하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달리기 좋아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네! 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예전에 여고생 운동 실태 조사 명목으로 어느 방송사에서 학교로 인터뷰를 나왔었는데,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달리기는 정말 싫어요" 라고 인터뷰 영상이 찍힌 것도 어딘가에 있다ㅋㅋ (어이없는 건 그 당시 수행평가로 축구를 했고 반에서 내가 -그나마- 제일 잘했다. 근데 굳이 나한테 와서 운동 싫어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왠만한건 다 좋아해요! 근데 달리기는 정말 싫어요’ 라고 말했는데 앞에는 잘리고 뒤에 싫다는 내용만 방송에 나왔다ㅋㅋ) 그만큼 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달리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증오도 강렬한 감정이에요’. 여자 주인공이 남자를 사랑하다, 이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남자를 파멸의 길로 이끌고 난 후,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말하며 우아하게 사라진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고,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이 말은 계속 곱씹게 되는 대사였던 것 같다. 사랑의 반댓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듯이, 극호와 불호는 둘 다 강렬한 감정이어서 어쩌면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도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아주 싫어하던걸 시간이 지나니 좋아지게 되는 경험을 할 때마다 나는 영화의 이 장면이 떠오른다. ‘달리기’가 좋지는 않지만 ‘달리기 하는 나’는 좋다.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나

  그런 내가 어떻게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냐하면, 시작은 역시 크로스핏이었다. 내가 다니던 판교 크로스핏 센터에서는 ‘부트캠프’반이 따로 있어서 유산소를 비교적 많이 하는 클래스가 있다. 1-2주에 한번씩 달리기가 WOD(Workout Of the Day, 크로스핏에서 그 날의 운동 스케줄을 와드라고 부른다)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할 때마다 50m만 달려도 이대로 이탈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왕 왔으니 하는 시늉이라도 하자, 라고 되뇌이며 어떻게든 완주는 했고 그러다 보니 점차 힘들어 죽을 것 같은 그 시점이 조금씩 조금씩 더 늦게 찾아왔다. 6개월 쯤 지나자, 달리기는 ‘제일 싫은 운동들 리스트’에서 ‘할 수는 있는 운동들 리스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실내 체육관은 왠지 꺼려져서 탄천 달리기를 결심했다. 그러나 30분 내내 달리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5분 달리는 것도 힘들었고, 특히 쉬며 걷는 상태에서 다시 뛸 마음을 스스로 먹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항상 뛰고 걷고만 겨우 겨우 반복하는 식이었고 그마저도 꾸준하지 못해서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이 ‘런데이’라는 앱을 소개시켜줬고, 실제로 사용해보니 언제 뛰어야 할지, 언제 쉬어야할지를 지시해줘서 달리기에 내 의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주 좋았다. 달리기를 하면 그 날 달렸다는 도장을 찍어줘서 꾸준히 할 때 월 달력에 가득 차는 도장들에 뿌듯함도 들었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탄천 달리기 클럽에서 매주 많이 달린 사람 순위권에 들려고 열심히 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 앱을 썼다면 더 쉽게 30분 달리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하려면, 꾸준히 8주 동안 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런데이'라는 앱을 추천한다. 말고도 다른 앱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 앱을 쓴다. 초심자를 위해 30분 동안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30분 동안 달릴 수 있는 중급자가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 여러 달리기 프로그램이 주 3일 정도의 스케줄로 짜져 있다. 초심자는 처음에 달리기는 아주 조금만 하고 대부분 걷는다. 부담이 적어서 프로그램대로 꾸준히만 하면 정말 30분 동안 뛸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했던 친구들도 모두 30분 달리기에 성공했다.

 

런데이 앱

 

가장 꾸준히 했던 4개월 간의 달리기 기록. 내적 퀘스트로 빙고놀이를 했다. 8월에는 비가 와서 실패.. 한여름 달리기도 점점 적응하는게 신기했다.

 

달리기 하면 좋은 점

  모든 운동 중에 단 하나의 운동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지금의 나는 달리기를 고를 것 같다. 시간,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아빠와 탄천 달리기를 함께 했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건강 상의 이유로 달리기를 피하려고 하신다. 대신 종종 등산을 가자고 하시는데 나는 시간 대비 효율이 별로라 뛰어서 산을 올라가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다. (불효녀 등판.. 아빠 미안..)

 

  달리기의 좋은 점은 내가 소개하는 것 말고도 인터넷에 아주 많이 소개되어있지만, 나는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이 내가 느낀 달리기의 가장 좋은 점이었다.

  • 명상 효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분비
    운동을 힘들게 숨찰 정도로 하면 머리 속에 온 갖 생각과 스트레스들이 전부 사라지면서 하얗게 되는 명상효과가 일어난다. 달리기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운동을 하고나면 개운하고 복잡한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달리기를 숨 찰 정도로 달리기를 하면 도파민이 산화되어 노르에피네프린이 형성되는데,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 성취감이 드는데,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은 우울이나 불안을 개선하는데도 효과적이고, 숙면을 유도한다고 한다.
  • 다이어트
    체중 등 건강 상의 조건만 맞아서 할 수만 있다면 다이어트 운동으로는 제일 좋은 것 같다. (러닝머신은 힘들면 위로 뛰게 되게 때문에 야외 달리기를 더 추천한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달리기 근육도 꽤 많이 생기고, 저녁 무렵의 공복 달리기를 하면 신기할 정도로 눈바디가 확확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달리기가 익숙해져서 인터벌 달리기도 가끔 진행하면 애프터번 효과(운동 후 며칠 간 계속 지방을 태우게 됨)도 있다. 이 커다란 비밀이 알려지면 많은 다이어트 코치들이 생계를 잃기 때문에 강조해서 말하지 않는 것 같다.
  • 성취감과 건강
    하면 할 수록 심폐지구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건강의 상향식 소용돌이를 만들어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어쩌면 나는 10km 마라톤 같은 것에 도전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달리기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었던 슈퍼 푸드에 대해 소개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