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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Reviews

[부기보드] 정품, 짝퉁 제품 리뷰

조앙'ㅁ' 2020. 4. 6. 01:13

 오랜만에 선배를 만났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커피 한 잔을 했다. 서로 약 2-3년 간의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다. 선배는 그동안 본인이 뭘 했는지 그리고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등의 이야기를 정리해 말해주었다. 검은색 패드를 꺼내 초록색 글씨와 그림을 그리며 열심히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필기감이 좋은 이 물건은 무엇이냐 물었고, 부기 보드라고 했다. 가격이 약 1, 2만 원 대로 저렴한데 블루투스로 연동이 되니 뭐니 하는 비싼 기능이 붙어 있는 것은 굳이 필요 없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시간이 흘러, 필요하면 구매하자고 미뤄 뒀던 부기 보드를 사게 되었다. 최근에 신호와 소음을 읽으면서 확률 문제를 다루는데 익숙해지기 위해 무언갈 계속 계산하려고 하니 종이의 소모 속도가 빨라졌고, 코로나19 때문에 방콕하고 있던 나는 노트를 사러 나가기가 무척 귀찮았기 때문이다. 선배의 말 대로 부기 보드라는 미국 회사의 보드가 있고 굉장히 저렴한 버전의 짝퉁들이 많았다. 당시 선배의 것도 부기 보드 정품은 아니었는데, 괜찮은 품질이었던 것으로 기억했기 때문에 적당히 싼 것으로 하고, 하나는 책상에서 쓰고 하나는 거실이나 주방에서 간단한 필기 용으로 쓰려고 12, 10인치 2개를 샀다.

 분명 같은 곳에서 주문했는데도 싼 맛에 샀기 때문일까 12, 10인치 모델의 디자인 과 기능, 사용성은 너무 달랐다. 12인치 선명도가 쓸 만했지만 10인치는 필기가 너무 흐릿했다. 뽑기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 같다. 원래 10인치를 엄마가 주로 사용할 수 있게 주방에 비치할 생각이었는데, 약간의 노안이 온 엄마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어차피 얼마 안 하니 다 써보자는 마음이 됐고 결국 부기 보드 정품도 구매하게 됐다. 

차례로 12인치, 10인치, 부기보드 8.5인치다.

차례로 12인치, 10인치, 부기보드 정품 8.5인치다.

세 제품은 필기감, 속도 면에서 큰 차이는 없고, 어두운 곳에서는 아무래도 가시성이 떨어진다.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 12인치는 적당히 밝고 선명하게 보인다.
    • 락 기능이 없다.
    • 무난하게 쓸 만하다.
  • 10인치가 셋 중 가장 가시성이 나쁘고 흐릿하다.
    • 락 기능이 있다.
    • 밝은 곳에서 사용하면 젊은 사람이 쓰기에 큰 불편함은 없어 적당히 그림 그리고 놀 때 쓰고 있다.
  • 부기 보드 정품은 좀 더 펜이 굵게 써지고 선명하고 밝다.
    • 가시성이 충분히 보장된다.
    • 펜이 자석으로 붙는 기능은 편하다
    • 패드 자체는 투명하고 뒤에 까만색 마분지 같은 걸 끼워서 쓴다. 아무래도 종이라 휨이나 습기에 약해 잘 보관해야 할 거 같다.
    • 지우개 기능은 쓰지 않는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전부 흐려지기 때문이다.
    • 손으로 세게 쥐면 얼룩처럼 살짝 남는다.
    • 엄마도 이 정도면 불편 없이 쓸 수 있겠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정품 부기 보드가 약간 더 비싼 값을 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집에서 쓸 거라면 사이즈가 클수록 좋다. 요즘은 서점 옆에 딸려있는 문구펜시점에서도 많이 파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사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산다면 어떤 느낌인지 확인해보고 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코로나 19로 바깥에서 먹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집에 붙어 있게 되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혹은 사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채우는 재미로 지내는 것 같다. 소비는 생활의 활력이 된다. 의도치 않게 부기 보드가 3개나 생기게 되었지만 각자 적당히 잘 쓰고 있고 만족스럽다. 12인치는 이렇게 옆에서 노트 패드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쓰던 종이 노트를 대신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친구가 remarkable2를 갖고 싶다며 소개해준다. 이북리더기이면서 엄청난 필기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상만 봤을 뿐인데 갖고 싶어 졌지만, $399로 지금 같이 환율이 비쌀 땐 엄두가 안나는 가격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또 다음을 꿈꿀 물건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