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번 주말에 오대산 명상마을 옴뷔에 2박 3일동안 명상을 하러 다녀왔다.
일상에 압도되어 중요한 결정을 모두 미뤄둔 채로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와중에 일상에서 잠시 물러나 고요하고싶어 선택하게 된 집중 명상이었다.
올 초에는 거의 매일 명상을 했었는데 일이 바빠 야근이 잦아지다보니 규칙적인 삶과는 멀어지게 되었고,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명상은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명상을 꾸준히 할 때에도 몇날 며칠 씩이나 명상을 하면 어떤 상태로 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대산 월정사 옆 명상마을 옴뷔는 내 생각에 비해 굉장히 좋은 곳이었다.
조금은 삐딱한 시선일 수도 있겠으나, 21세기의 절이란 이런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분명 한옥이지만 현대화 되어있고 자본주의가 스며들어(?) 아름다운 공간을 뽐내는 곳이었다.
절이라고 현대화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 즐기기로 했다.
나중에 가족들과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큰 박물관도 세 군데나 있고 수국과 연꽃도 가득한 곳이었다.
숙소와 명상을 하는 곳 사이에는 큰 물이 흐르고 있었고, 출근할 때도 밥을 먹으러갈 때도 매번 그 다리를 건너다녀야 했다.
산책길이 아주 많았는데 그 중 소나무가 군데군데 심어져있는 잔디밭이 푸르게 펼쳐져 있어 약간은 인위적이지만 풍경은 아름다웠다.
2박 3일동안의 명상일정이 빼곡하기도 했지만, 산책길이 몹시도 많고 길어 모든 산책길을 다 다녀오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중 명상의 경험은 아주 좋았다.
2박 3일의 명상을 마치고 나서는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고,
온전히 이완된 상태로 약간은 멍하다고도 할 수 있는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그토록 차분한 상태에서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고요하고 평안했고, 그동안 내가 하던 많은 고민들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했다.
당연히 그런 오랜 명상 시간은 쉬웠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야 지나가버리고나면 금방 지나가버렸군 싶지만,
무언가를 오랜 시간 해야하기 전엔 지레 겁을 먹게 되는 것 같다.
둘쨋 날 아침에는 '아, 어떻게 하루종일 명상을 하지?'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괴로웠다.
어떤 소리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하는 본명상 시간에도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픈 시간도 지나갔다.
그럼에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다시 주어진다면 주저않고 다시 하길 선택할 것 같다.
명상 과정에는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두 분의 명상 선생님과 두 분 정도의 도우미 선생님이 있었다.
차명상, 걷기 명상, 먹기 명상, 누워서하는 따기온스 명상, 감사랑 무브먼트, 소리명상+본명상과 같은 다양한 명상을 2박 3일에 걸쳐 여러번 수행하게 되어있었다.
룸메이트와는 가급적 말을 많이 하지말라고 했고, 밥도 가급적 온화한 침묵과 함께 혼자 식사하길 권했다.
여러번 같은 명상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달라지는 나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중에 누워서하는 따기온스(따스한 기운이 온몸에 스미다 명상)를 하는 나를 관찰하는게 재밌었다.
집중 명상 과정 내내 비가 많이 왔고 명상원은 꽤나 따뜻했기 때문에 자꾸 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누워서하는 따기온스 명상 시간이 되자 굉장히 행복했다. 게다가 명상 선생님은 잠들어도 된다고 했다.
잠들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첫 명상은 거의 시작하자마자 잠들어서 끝날 때 쯤 깨어났다.
하지만 내가 잔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명상을 거듭하면서 잠들어있는 것도, 깨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상태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다섯번째가 되어서야 잠에 빠지지 않게 되었다.
아마 집중과정을 했기에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던 명상이었을 것 같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모두 좋아 명상 경험을 나누는 시간도 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모두 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기쁨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달리기만큼이나 명상을 놓지말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