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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일기

나는 맞춤법 지적자

조앙'ㅁ' 2025. 7. 30. 21:10

나는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오타를 전부 지적하지는 않는다.

나도 종종 급하게 쓰다 보면 틀리기도 하니까, 신경 쓰이지만 그냥 두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공식적인 글에서 보이거나, N번 이상 반복될 때 심정이 아주 복잡해진다.

실수이거나, 급해서 틀린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로 여러 번 똑같은 맞춤법 실수가 있는 경우에는 결국 말하게 된다. 

같은 팀에 있는 사람이 팀 내에서 맞춤법을 틀리게 쓸 때는 무시해볼 수 있다.

문제는 팀 밖에서 소통할 때도 쓴다는 것이다.

그 분이 어떻게 말하든 내 책임은 아니지만 같은 팀인 나는 왠지 부끄럽다.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지적하지 않을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틀릴 때, 틀리지 않았으면 해서 더 말하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지적을 하면 사람들이 잘 고치냐고? 

전혀 아니다. 그냥 계속 쓰던 대로 쓴다.

알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오늘도 틀리시네~하고 넘어가 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였다.

절대 헷갈리지 않던 그 맞춤법이, 그 이후에 헷갈리게 되었다. 

 

 

이후에 나는 다른 팀으로 옮겼다.

 

여기에도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이 있다.

오늘도 그분이 항상 틀리는 그 맞춤법을 틀렸다.

매번 고치진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은 언급하고 싶었다. 

'{틀린 맞춤법} => {옳은 맞춤법}' 정도로 건조하게 고치고 난 후 할 말을 했다.

 

다른 날은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자주 오타도 나고 맞춤법도 틀리기는 하는데요 바꿔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경 안쓰는 부분이라서요 ㅎ'

 

나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에 조금은 황당하였다.

나였다면 부끄럽고, 수정하고,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썼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도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있어서 놀란다.

 

인터넷에 '맞춤법 지적'을 검색해 보니 맞춤법 지적하는 사람은 까칠하고 폐쇄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 나 까칠하고 폐쇄적이야.

그런데 맞춤법 지적에 고치지 않겠다 선언하는 것도 못지않게 폐쇄적이군.

 

친구한테 하소연했더니, 친구도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해준다.

회사에서 '이것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더니, 상대방이 '제가 생각을 짧게 했다고 보시나요?'라고 들었다고 한다.

나였으면 바로 퇴근 버튼을 눌렀을 것 같다.

 

맞춤법 얘기를 하면 꼭 '그럼 당신은 맞춤법 다 맞추냐? 띄어쓰기는 잘하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다 모르겠지.

그래도 누군가 그걸 신경 쓰고 고쳐주려고 한다면 지적에 감사하며 고쳐보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나아지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던가..

 

요즘 나는 누구인지 더 명확하게 하고있다.

점점 더 나의 세계는 좁아지는 것 같기도하다.

삶을 사는 태도도 다 다르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지만

내 주변엔 나와 같은 결의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