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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그 곳으로 - 숙소편 본문

삶/국내여행

[강릉]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그 곳으로 - 숙소편

조앙'ㅁ' 2025. 1. 6. 23:02


12월에는 두 번이나 강릉에 여행을 다녀왔다.
한 번은 운좋게 회사 숙소에 당첨되었기 때문이었는데, 평일이었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같이 가지 못했다.
아쉬웠던 아빠는 연말에 휴가를 낼테니 한 번 더 가자 해서 두 번을 다녀왔다.

 


강릉은 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네다.
바다가 가깝고 산이 저 멀리 동네를 둘러싸고 있고 동네에는 햇빛이 조용하고 따스하게 든다.
사람들의 정겨운 강원도 사투리는 덤이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은 여행에서는 택시를 주로 타고 다녔는데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면 불과 2-3초도 안되어 잡히곤 했다.
택시 기사님들은 강릉 토박이 분들이었고 강릉에 대해 재밌는 얘기도 해주시고 먹고 싶은게 있냐며 맛있는 곳들을 소개해주고 싶어하셨다.
연말인데도 올해는 경기가 정말 좋지 않다며 속상해하시기도 했다.


나도 강릉을 소개하고 싶다.
특히 이번에는 다 좋은 곳들이고 또 가고 싶은 곳들이라 소개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숙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번째 숙소는 라카이 샌드파인이었다. 
이 숙소는 바다 전망이 참 멋졌다. 바다와 소나무의 전망이다. 이름 그대로이다.
라카이는 하와이 원주민어로 '빛나는 바다'라는 뜻인데, 달이 뜬 바다를 보았을때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여행을 다니며 바다뷰 전망의 카페나 식당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조용하게 원하는 시간 만큼 바다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바다 가운데 바위도 있고, 새도 날라다녀 심심하지 않다.
저녁 무렵에는 숙소 뒷 편에 있는 경포 호수 주변에는 산책길로 달리기를 했는데 이 호수의 둘레는 대략 4km 정도 되었다.
경포 호수 둘레길을 따라서 강릉에서 내려오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었다.

강릉은 경포대로 유명한데,  그곳에는 달이 다섯개가 뜬다.

아쉬운 것은 회사 숙소에 당첨된 요일이 화요일~수요일이었는데,
여행 준비를 하다보니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은 물론 숙소의 헬스장, 사우나 마저 수요일에는 쉬었다.
지하에 편의점이 있어 아침 먹을 것을 사서 숙소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다.

라카이 샌드파인: https://naver.me/xRP1a56x

 

 

 

두번째 숙소는 저동하녹이었다.
새로 오픈한지 정말 며칠 안된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한옥이었는데 방 중앙에 족욕탕이 배치되어 있다.
숙소에 도착해 찬장을 열어보니 녹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다도 세트도 있어 차를 마시며 족욕을 했더니 이후 일정을 다닐 때 기분이 몹시 상쾌했다. 족욕의 효용을 알게되었달까.
숙소가 좋다보니 음식을 포장해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여름에는 바베큐도 가능하다고 한다.

숙소에서는 틈만 나면 차를 마시며 족욕을 하곤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조용히 책도 읽었다.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보니 오히려 숙소 내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비치된 모든 집기와 용품들이 좋은 것들인 점이 더 그렇게 느껴지게 했다.

일 년 전 정도 전 쯤 (2023년 4월) 강릉에 큰 화재가 있었다. 사실 이 숙소는 불이 났던 곳 그 한 가운데였기 때문에 숙소 근처의 소나무들이 불에 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한 밤 중, 1km가 좀 넘는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던 편의점을 다녀올 때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여 좋았다.
저동하녹의 차와 족욕탕은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저동하녹: https://naver.me/GzE6vtWc

 

 

 

세번째 숙소는 선교장이었다.
강릉에서 유명한, 300년 넘은 오래된 고택 선교장은 여전히 그 가문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 (방은 정말 옛날식이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한옥은 눈이나 비가 오면 더 아름답기 때문에 여행 중 날씨가 궂은 날이 있더라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교장은 여러 타입의 숙소가 있었다. 행랑채, 중사랑, 연지당, 홍예헌, 초가집. 그리고 전통문화체험관.
그 중에 행랑채와 연지당은 화장실이 밖에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추운 겨울에 그런 체험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초가집은 한 채를 다 준다. 우리와 같은 날 묵었던 초가집 댓돌에 어떤 한 가족의 신발이 쪼로록 놓여져 있었는데, 꼬맹이 운동화가 있었다.
그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안이 얼마나 따뜻하고 또 그 가족은 얼마나 오손도손 지내고 있을 지 상상하게 했다.
홍예헌이나 전통문화체험관은 좀 더 큰 규모의 인원을 받기 위한 숙소다.

우리는 중사랑에서 묵었다.
옛날 집이다보니 웃풍이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아랫목은 따끈하다 못해 뜨거웠고, 창문은 모두 이중창으로 되어있어 웃풍이 들어오는지 알수도 없을 정도였다.
추운 겨울밤에 따끈한 아랫목에 저녁 내내 몸을 지지고 누워있었는데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종종 그 아랫목을 그리워하고 있다. (오늘도 그랬다)
밤에는 선교장이 문을 닫지만, 숙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선교장 안을 맘껏 돌아다닐 수 있다.
밤 중에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져있는 둘레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그 집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그 오랜 시간동안 여기를 지나갔던 많은 사람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유럽 여행을 하며 오래된 성에서 묵을 땐 그냥 그렇구나- 싶었는데 이 곳에서의 삶은 나와 좀 더 닿아있는 삶이며 역사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선교장 안에는 박물관이 두 군데 정도 있고, 일리 커피와 다식을 파는 카페도 있고, 리몽이라는 가문 내림 음식을 파는 음식점도 있다.
박물관에 있는 가구들과 물건들도 실제로 썼던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많았다.
아쉽게도 리몽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다음엔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서 가볼만한 곳인 만큼 숙소에서 묵으며 모든 체험을 다 해보는 것이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선교장: https://naver.me/GSHmadUt

 

 

 

다음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먹을 것 이야기를 해보겠다.